목차
- 서론: 보험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AI의 부상
- 언더라이팅이란 무엇인가?
- 기존 언더라이팅 방식의 한계
- AI 기술이 언더라이팅에 미치는 변화
- AI 기반 언더라이팅의 실제 사례
- AI 언더라이팅의 장점과 우려 요소
- 결론 및 향후 전망
1. 서론: 보험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AI의 부상
보험 산업은 오랜 시간 동안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보험사의 업무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기대가 높아지고, 다양한 맞춤형 상품이 등장하면서 빠르고 정확한 리스크 평가가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AI)은 보험 산업, 특히 언더라이팅 영역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AI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고 복잡한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기존 언더라이터들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의료 기록, 소비 패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건강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보다 정교한 리스크 평가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흐름은 보험사의 효율성 증대는 물론, 소비자에게 더 빠르고 공정한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2. 언더라이팅이란 무엇인가?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은 보험 산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업무 중 하나로, 보험사가 보험 가입 신청자의 위험 수준(Risk Profile)을 평가하여 그에 따라 인수 여부, 보험료, 보장 범위 등을 결정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 과정은 보험 상품의 종류에 따라 생명보험, 건강보험, 손해보험, 자동차보험 등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보험사가 수익성과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다.
본질적으로 언더라이팅은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얼마에 보험을 제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보험사는 이 평가를 통해 지나치게 높은 리스크를 가진 신청자를 걸러내거나, 보장 범위를 조정하여 손실을 최소화하려 한다. 또한 우량한 고객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를 책정함으로써 리스크 풀(risk pool)의 균형을 맞추고 보험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언더라이팅의 전통적 절차는 대개 다음과 같은 단계를 따른다. 먼저, 보험 신청자가 제출한 가입신청서를 바탕으로 기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심사 자료로 건강검진 결과, 병력 확인서, 운전 이력, 직업 정보, 신용 점수,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그다음, 전문 언더라이터는 보험사의 내부 기준과 경험 데이터를 활용하여 신청자의 리스크 수준을 평가하고, 인수 가능 여부 및 적절한 보험료를 산출한다.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가입을 거절하거나, 조건부 인수(특약 제한, 가입금액 축소 등) 또는 추가 보험료 부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 언더라이팅에서는 주로 건강 상태와 병력이 핵심 평가 요소가 된다. 흡연 여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은 리스크 요인으로 분류되며, BMI 지수나 심전도 검사 결과 등도 분석 대상이 된다. 반면, 자동차 보험의 경우는 운전 습관, 사고 이력, 차량 종류, 운전 경력 등이 주요 평가 지표가 된다. 기업보험이나 단체보험에서는 법인의 재무 건전성, 사고율, 업종 위험도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또한, 언더라이팅은 단순히 보험 인수 단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험사가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때나,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에도 리스크 평가가 함께 이루어지며, 이는 상품 전략과 가격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모바일 건강 데이터, 텔레매틱스(차량 운행 데이터), 소비 성향, 심지어 SNS 분석 결과까지 언더라이팅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언더라이팅의 범위와 깊이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결국, 언더라이팅은 보험사가 예측 불가능한 손해를 가능한 한 정량화하여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바꾸는 전략적 활동이다. 이는 보험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보험사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언더라이팅이 기술과 접목되면서, 특히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며 그 방식과 속도가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보험 언더라이팅은 과도기를 지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 중이라고 볼 수 있다.
3. 기존 언더라이팅 방식의 한계
전통적인 언더라이팅은 오랫동안 보험 산업의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닌다. 첫째, 처리 속도의 문제다. 언더라이팅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가 직접 검토해야 하므로, 수일에서 수주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보험 가입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고객의 이탈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는 평가 기준의 일관성 부족이다. 사람에 의한 판단은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의 고객이라도 언더라이터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이는 보험 상품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제한된 데이터 활용이다. 전통적 방식은 주로 정형화된 정보에 의존하며, 신청자가 제공한 정보나 병원 기록 등에 한정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폰 활동 기록, SNS 정보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는 언더라이팅 과정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4. AI 기술이 언더라이팅에 미치는 변화
인공지능(AI)은 보험 언더라이팅의 모든 핵심 요소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언더라이팅은 수많은 서류 검토와 사람의 경험에 의존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었지만, AI는 이 과정을 자동화, 고속화, 고도화하며 보험사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향상시키고 있다. 특히, AI는 기존 언더라이팅 시스템의 속도, 일관성, 예측 정확도, 고객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언더라이팅 속도의 비약적인 향상이다. 기존에는 신청서 제출 후 언더라이터가 병력, 진단서, 직업, 생활 습관 등을 수작업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고객은 수일에서 수주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AI 기반의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수천, 수만 건의 사례를 학습하여 리스크 평가 모델을 자동으로 구축하며, 몇 분 이내에 인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은 더 빠르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어 양측 모두에게 효율성을 제공한다.
또한 AI는 데이터 활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있다. 기존 언더라이팅은 보험 신청자가 제공한 정형화된 정보(예: 병원 기록, 직업, 나이 등)에 주로 의존했다면, AI는 여기에 비정형 데이터를 결합하여 훨씬 정교한 분석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된 실시간 건강 데이터(심박수, 수면 시간, 활동량 등)는 건강 위험 예측에 유용하게 쓰인다. 차량 운전자의 운전 습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Usage-Based Insurance(UBI) 모델도 AI의 발전 덕분에 실현 가능해졌다. 심지어, 고객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이나 소비 습관, SNS 게시글에서 나타나는 정서 분석 등을 바탕으로 심리적 건강 상태나 스트레스 수준까지 예측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AI는 예측 분석(Predictive Analytics) 기능을 통해 고객이 보험 청구를 할 가능성, 질병 발생 확률, 사고 위험도 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이 기능은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한층 강화하며, 동시에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 보험료 설정, 사기 탐지 등 다양한 기능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모델은 단순한 통계 기반 분석보다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패턴을 인식할 수 있어,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데 유리하다.
언더라이팅의 공정성과 일관성 측면에서도 AI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의 판단은 경험, 직관, 혹은 무의식적 편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AI는 학습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동일한 조건에 대해 일관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예컨대 동일한 병력, 나이, 직업을 가진 두 명의 고객이 다른 결과를 받는 경우가 줄어들며, 이는 고객의 신뢰도 향상과 함께 보험사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물론 AI도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할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어 더욱 투명한 시스템 구현이 가능해지고 있다.
AI는 또한 보험사 내부의 리스크 관리 및 전략적 의사결정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수천만 건의 계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계약 갱신, 보험 상품 설계,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수 있으며, 특정 고객군의 리스크 프로파일을 정밀하게 분석해 미충족 시장(niche market)을 발굴하거나,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맞춤 전략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 특정 연령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청구 패턴이나 질병 트렌드를 조기에 포착하여 해당 시장에 특화된 보험상품을 기획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AI 언더라이팅은 보험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더 이상 복잡한 설문지나 의료 기록 제출 없이, 간단한 정보만으로 보험 인수 여부와 조건을 즉시 확인할 수 있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보험료와 보장 범위를 추천받을 수 있다. 이는 가입 장벽을 낮추고 보험 접근성을 높이며, 특히 젊은 세대나 디지털 친화적 소비자층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결론적으로, AI는 보험 언더라이팅을 단순히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지능형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하나하나 판단하던 리스크 평가가 이제는 실시간으로 자동 분석되고, 새로운 데이터 소스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보험사는 훨씬 넓은 시야와 높은 정확도로 고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보험 산업 전반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상품 혁신, 그리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에는 인간 언더라이터와 AI가 협업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언더라이팅 체계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5. AI 기반 언더라이팅의 실제 사례
글로벌 보험사들은 이미 AI 기반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Lemonade는 완전 자동화된 AI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이 보험 가입을 신청하면 수초 내에 보험 인수 여부를 결정하고 계약서를 발송한다. 이 시스템은 AI 챗봇이 고객의 응답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리스크를 평가하며, 의심스러운 패턴이 감지되면 인간 심사관에게 자동으로 이관된다.
영국의 Prudential은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 보험 언더라이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고객의 건강 개선 활동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동적 보험료(Dynamic Pricing)’ 모델을 운영한다. 한국에서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보험사가 AI를 활용한 자동심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일부 손해보험사는 텔레매틱스를 기반으로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AI가 단순한 기술적 보조 수단을 넘어서, 보험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 통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AI는 언더라이팅 과정의 고객 경험을 향상하고, 보험사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6. AI 언더라이팅의 장점과 우려 요소
AI 언더라이팅의 대표적 장점은 속도, 정확성, 일관성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 가입 절차가 간편해지고, 보험료 산정 기준이 투명해지며, 보다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정교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새로운 고객군을 타기팅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우려 요소도 존재한다. AI 알고리즘의 편향성(Bias) 문제는 가장 큰 윤리적 고민 중 하나다. 학습 데이터가 특정 인종, 성별, 연령대에 편향되어 있다면, AI는 그 편향을 학습하여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문제도 있다. 고객이 왜 보험을 거절당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AI는 고객 불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법적·제도적 대응도 아직 미비하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관한 개인정보 보호법,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규제, AI 판단의 책임 소재 등 다양한 문제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결국 AI 언더라이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제도, 윤리의 균형 있는 발전이 필수적이다.
7. 결론 및 향후 전망
AI는 보험 언더라이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AI의 능력은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험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향후에는 AI가 보험 상품 설계, 고객 서비스, 청구 심사까지 확장되어 ‘지능형 보험(Intelligent Insurance)’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투명성, 책임성, 윤리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의 힘만으로는 완전한 변화를 이끌 수 없으며, 인간 중심의 보험 서비스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